화나기보다는 창피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누구라도 아는 사람이 볼까 얼른 그 자리를 피했다.

고개를 숙이고 식당을 빠져나오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가슴도 꽉 막혔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생이라더니 내가 이렇게 구차해질 줄은 몰랐다.

2이얼 반 전까지만 해도 난 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하버드 대학 출신의 저명한 분자생물학자로 미국 존슨앤존스의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 덕분에 누나와 나는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나왔고 영어도 잘했다.

그러다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누나가 중학교에 다니던 2006이얼 아버지는 자신을 따르던 후배 둘과 귀국해 바이오텍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신약 개발 전문회사였다. 나름 자신 있어 선택한 길이었으나 신약 개발의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결국 세 차례에 걸친 신약 개발은 모두 실패로 끝나고 아버지는 부도 상황까지 몰렸다.

가장 많은 자본과 기간을 소모한 폐암 치료제 개발 실패가 결정적이었다.

암 발병률 2위 치명률 1위인 폐암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제약업계에 엄청난 회오리를 몰고 오겠지만 그만큼 어려운 과제에 전력을 쏟아부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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